지극히 개인적인 놀이터

피트커피

TRIP

한남동 막다른에 가면 모든 사무실의 테이블에 보송보송한 강아지가 그려진 컵이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막다른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이지만, 이 모두를 느슨하게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이 피트커피이다. 피트커피는 지난 7년 동안 여의도에서 브래드피트를 운영해온 이철하 감독이 새로 내는 작은 커피집이다.“스토리 오브 와인이라는 영화를 작업하면서 와인과 커피를 배웠어요. 이후 조금씩 커피 로스팅에 대해서 관심을 두게 됐었죠. 당시에 원래 큰 영화를 한 편 제작하려고 했었는데 불발됐었습니다. 영화 제작이 불발된 상태에서 원래 꿈꾸던 작은 로스터리 가게를 시작해볼까 싶더라고요. 지금 우리나라는 커피가게가 너무 과잉공급 되어있잖아요. 일본이 딱 1980년대에 지금의 우리나라랑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땅값 다 떨어지고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하루에 1~2kg씩만 판매하던 소규모 로스터리 가게였던 거에요. 우리나라가 꼭 일본과 똑같이 가라는 법은 없지만,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꿈꿨던 것이 집에서 커피 로스팅을 해서 우유 배달하듯이 아침에 하루씩 먹을 분량만 커피 그라인딩 혹은 홀빈을 배달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 하니 로스팅을 하려면 기계도 놔야 하고, 기계 놓을 자리도 있어야하고.. 필요한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럴거면 가게를 해야겠다 마음먹고 시작한 게 여의도 브래드피트였죠. 그때는 돈도 없어서 상가 지하 구석 자리에 가게를 냈었어요. 지금은 거기가 번화한 먹거리 지하상가지만 입주할 당시엔 술집들이 많았었죠. 완전 뜬금없는 장소에 있는거였어요. 그렇게 입주해서 운영하려는데, 로스팅만 해서는 쫄딱 망할 테니 작게라도 빵을 만들어보는 것이 좋지 않겠냐 해서 조언에 따라 빵을 시작하게 됐는데, 이름 탓인 것도 있었지만 빵이 유명해지면서 흔히 말하는 대박 가게가 되었어요. 그래서 여태 운영하다가 이제 가게가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원래 하고 싶었던 커피를 주로 하는 가게를 해야겠다 해서 시작된게 피트커피 입니다. 피트커피는 제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20,30년을 대비한, 살아남을 수 있는 작은 커피집이에요.”피트커피1피트커피 2어쩌다 가게에 커피를 납품하던 인연으로, 막다른의 유일한 상업공간이 탄생했다. “빵이 더 유명하긴 했었지만 브래드피트를 운영하면서 여러 곳에 커피를 납품하기도 했었거든요. 어쩌다 가게를 하셨던 임태병 소장님이 갑자기 어떻게 아시고 커피를 납품받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어요. 조그만 가게를 하는데 커피를 좀 받고 싶다고. 그런데 알고 보니 카페 비하인드를 운영하셨던 분인 거에요. 제가 처음 가게 시작할 때 그 분이 쓰신 <우리 카페나 할까>이 책으로 공부하면서 했었거든요. 임 소장님과는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죠. 그렇게 어쩌다 가게에 계속 커피를 납품하면서 친해지게 됐는데, 갑자기 뭐 새로 시작하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거에요. 다양한 소규모 개인 회사들이 있는 가정집이라는 얘기에 매력을 느꼈죠. 브레드피트도 여의도 상가 지하 구석,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특별한 그들만의 공간인 성인들의 놀이터 같은 곳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었거든요. 같은 맥락으로 지금의 피트커피 자리도 저를 자극했죠. 막다른 골목 끝에 있어 찾아오기 힘든 장소지만, ‘우리만 아는 곳’이라는 지극히 개인주의 성향을 지향하는 저에게 맞는 자리같았어요. 혼자가 되고 싶어 구석진 곳으로 가지만 결국 피트커피에 도착하면 느슨하고 작은 관계가 이어지는, 그런 성인들의 놀이터를 생각했어요.”피트커피3 피트커피4여러 소규모 스튜디오가 모여있는 건물에 있으니 이 작은 정원에선 종종 특별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제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니 아마도 영화와 관련된 모임이나 파티를 종종 이곳에서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영화 상영회도 간간이 열어볼까 하는데 아직은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는 않네요. 우선은 새로운 곳에서 가게를 시작했으니 동네를 먼저 파악해야겠죠. 이곳 분들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전혀 예상치 못한 분들이 방문하셨을 때 어떤 매력으로 다가가야 할지 빨리 파악해야겠죠. 아직은 막다른의 입주자 분들이 자주 오시는데요.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글 쓰는 분 등등 개성이 강한, 뭉치면 큰 일낼 것 같은 여러 사람들이 스치고 있다는 것이 이곳의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 그 분들과 함께하니 또 조만간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고요.”피트커피5 피트커피6 피트커피 7피트커피에선 모든 것이 다소 느리게 진행된다. 가뜩이나 찾기 힘든 골목으로 들어와 보면, 집의 입구에서 바로 가게가 보이는 것도 아니라 한 번 더 꺾어 들어와야 비로소 가게가 보인다. 거기에 또 내부에 앉을 자리는 몇개 없어 커피를 마시고 가려면 정원에 배치된 의자나 바에 앉아야 하는데, 핸드드립이라 커피 역시 금방 나오지 않아 꽤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정원에 앉아 한숨 돌리며 커피를 기다리다 보면 밖의 바쁜 모습들과는 조금 다른, 조용하고 평화로운 장면에 조급했던 마음도 가라앉게 될 것이다.“일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편하게 쉬었다 가는 오래된 정원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동안 7년 동안 가게를 해 온 결과, 가장 중요한 점은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야 머무는 사람이 편할 수 있거든요. 큰 프랜차이즈나 공장처럼 커피를 만들어내는 곳이 아니라면, 그런 부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는 사람도 정성스럽게 일해야 보람 있고, 그걸 받는 손님도 행복하죠. 그런 맥락에서 피트커피에서는 슬로우 커피라고 불릴 만큼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커피만을 다루어 볼까 합니다.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용하지 않은, 핸드드립과 침출식 콜드브루가 그것이죠. 커피 원두도 다양하게 다룰 거에요. 30여 가지 각기 다른 원산지에서 생산된 커피를 다루고, 그 맛과 향의 차별을 극대화하는 추출로 사람들을 만족시켜 보려고요. 그리고 오래된 LP로 음악을 틀려구요. 제가 중학교 때 밴드 생활을 하면서 구매해 듣던 그 LP들이죠.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좋아하는 음악을 정성스레 준비해서 보여주는 거에요. 이름에 FIT을 넣은 것은 맞춤, 건강, 그리고 일대일 개인이라는 의미를 넣은건데, 그에 맞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정성스럽게 대접하고 싶어요.”

INFO
주소
용산구 한남동 657-142
전화
070-5101-5664
영업시간
12:00 - 20:00
홈페이지
COLOPHON
글, 사진
서울소셜스탠다드 김시내
막다른 오픈하우스 파티

용산구 한남동 657-146

하나에만 집중하는 자세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743-8

평범한 동네에 파고든 작은 책방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1-701

지극히 개인적인 놀이터

용산구 한남동 657-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