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udio eat 1

조용하게 흐르는 부엌의 시간

스튜디오 잇

TRIP

합정동에 자리 잡고 있던 카페 잇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밥을 파는 카페라는 컨셉이 흔하지 않던 때에 정갈한 한식을 내놓던, 작은 공간 안에 기능한 모든 것이 효율적으로 들어가 있는 미니멀한 실내가 특징적인 곳이었다. 커피와 함께 밥을 내놓는다는 컨셉도 특이했지만 웬만하면 작은 공간은 디자인을 따로 의뢰하지 않는데, 공간 디자인부터 간판부터 메뉴판, 쿠폰 등등 모두 전문 디자이너에게 맡기는 등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곳이었다. 작은 공간이기에 더 디자인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던 운영자 이지희 님의 섬세한 배려가 그대로 이어진 공간이 통의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잇이다. “식당일을 해보니까 너무 바쁘게 일을 하는 것보다는 사람들과 좀 더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어졌어요. 일단 그간 너무 바빴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쿠킹 스튜디오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오시는 분들은 거의 자기 시간을 내서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인데, 보면 이걸 배워서 알차게 써먹겠다는 느낌보다는 이 시간 자체는 온전히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이니 그 시간을 오롯이 즐기다 가겠다는 마음으로 오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더 공간에 신경을 썼어요. 예쁜 그릇과 좋은 분위기. 그 안에서 시간을 즐기다 가시는 거죠.”스튜디오잇 1스튜디오잇 2광화문 같은 대도시와 매우 가깝지만 한 블록 들어와 있는 곳에 있는 이곳은 담과 건물 사이에 공간을 안고 있는 한옥의 형태 덕에 더욱더 조용해 마치 섬 같다. 차분한 햇살이 들어오는 마루에 앉아 기와와 하늘을 보며 요리하는 소리를 듣다 보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휴식의 공간을 지향했어요. 일단 저를 위한 휴식이기도 하구요. 수강생분들도 여기오면 좀 여유로워지고, 기분이 풀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쿠킹클래스라 졸기도 힘들 텐데, 간혹 조는 분들도 계세요. 조용하기도 하고 낮에 혼자 있으면 엄청 좋아요. 사실 굳이 한옥에 스튜디오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시는 집에서 집을 내놨으니 보겠느냐고 해서 봤는데, 이곳이 가지고 있는 공간감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맨 처음엔 여기가 되게 닫힌 공간이었어요. 마당도 없고. 그래도 다 터놓고 보면 예쁠 것 같더라구요. 한옥 중에 이렇게 일자의 긴 형태로 된 것은 흔하지 않잖아요. 이 형태가 마음에 들었었어요. 일자로 방이 나열된 형태에서 모두 벽과 문으로 막혀있었는데, 그걸 다 터서 이런 공간이 나온 거죠.”스튜디오잇 3스튜디오잇 4스튜디오잇 5이처럼 평화로운 휴식의 공간에는 휴식의 공간에 맞게 너무 빡빡하지 않은 일정으로 일이 진행된다. 너무 많지 않은 인원으로 진행되는 쿠킹 클래스와 식사 예약을 받는 것이 그것. 여기에 화요식당이라는 화요일 점심에만 작게 한정적으로 밥을 파는 스케줄이 하나 더 추가될 예정이다.“한국 사람들의 정말 든든한 한 끼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원래는 예전 합정동에서 했던 것처럼 서양식도 동양식도 아닌, 뭐 연어구이라든지- 그런 재미있는 플레이트를 구성해볼까 하다가, 지금은 제가 혼자 일을 하니 그렇게는 무리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뭘할까 고민하던 차에 친구가 한국인은 밥심 아니냐고 말해줬죠. 그때 국밥이 떠올랐어요. 마침 장소가 한옥이니 잘 어울리지 않나 싶기도 했고. 일반적인 국밥보다는 양질의 재료가 들어가서 시원하게 끓인 국밥을 내보려고요. 크게 한 통 끓이면 하루에 서른 그릇쯤 나오지 않을까 해요. 그 정도에서 퍼서 쟁반에 담아주는 정도면 혼자 해도 덜 힘들지 않을까 했죠. 예전에 식당 운영해보면서 좀 몸이 축난 것 같더라고요. 적당해 해야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일요일은 수업이 가끔 있고, 수요일부터는 요리 수업을 준비해야 하니 월요일에 밑 재료 준비해서 화요일에 하면 딱 맞겠더라고요. 그래서 화요일 하루로 정해졌죠.”스튜디오잇 6스튜디오잇 7음식도 쿠킹 스튜디오도, 식사 예약을 대접할 때도 이곳은 모두 ‘자연스럽고 편한 느낌’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러니 오는 사람도 편하고 자연스럽게 즐기며, 작은 관계가 조금씩 쌓여간다.“기본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나는 식재료 위주로 재료를 쓰려고 노력해요. 그렇다고 너무 지나치게 건강 위주로 가거나 깐깐하게 따져서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는, 음식은 기본적으로 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음식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기보다는 그냥 우리가 그 계절에 볼 수 있는 것들, 그런 것을 잘 찾아 먹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직은 아는 분들 위주로 알음알음 식사 예약을 받고 있긴 한데요, 오면 굉장히 즐거워하세요. 어떤 분들은 와서 노래도 부르고 간 적도 있네요. 그렇게 즐겁게 시간 보내고 가시면 한 번 오셨던 분들은 두 번 오시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아마 공간을 가족이나 친구끼리 독립된 공간에서 온전히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좋아서 또 오시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조금씩 사람들 인연이 쌓이는 게 되게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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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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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게 흐르는 부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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